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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벵거>
감독님이 처음으로 본 축구경기를 기억하나요?당신의 우상은 누구였나요?
어린시절동네에서 열렸던 시합이었습니다.제가 살던곳은
프랑스와 독일 접경에 있는 뒤렌하임이었는데 당시 그 지역
축구팀은 일요일마다 저의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선술집에
모이곤 했어요.
평일에는 주말경기에 누가 출전할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었지요.따지고보면 걸음마를 시작할 무렵부터 팀 구성을
어떻게 해야할지 배운셈이라고 할수 있는거죠.그래선지
어렸을때부터 삶에서 가장 중요한것이 축구라고 생각해왔어요.
첫번째 우상은 펠레였어요. 지금과 달리 티비로 축구중계를
자주 본다거나할수있던 시절이 아니어서인지 일종의 신비한
매력 같은게 있었던것 같아요펠레이후에는 독일 선수들에게
많이 끌렸죠 . 오베라트 베켄바우어같은 선수들이 우상이었습니다.
그 당시 독일 축구는 정말 강했거든요
감독님은 매우 지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어선지
어떤분야에서 일을해도성공했을 거란 느낌을 주는데요
축구가 자신의 직업이 될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게 언제인가요?
학교 다닐때 공부를 굉장히 열심히 하긴했습니다.
하지만 축구계에서 일할 기회가 온다면 놓치지 않을 거란 생각은 늘
하고 있었죠. 축구 훈련은 9살때부터 시작했는데, 제고향은 횡장히 작은
마을이어서 전문 코치의 지도를 받기 시작한건 19살때부터였어요.
그전까지만해도 축구선수가 된다는건 막연한 꿈이었어요.
프로축구선수들은 다른세계에 사는 사람들처럼 보였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부모님은 생각이 조금 다랐습니다. 그동시만해도
축구선수는 별로 인정받지 못하는 직업이었거든요.부모님은 제가
의사나 변호사 같은 직업을 하길 바라셨어요.
결국 저는 부모님을 설득하기위해 투쟁해야 했죠. 뭐 운좋게도 이제는
그럭저럭 괜찮은 경력을 쌓았으니 다행이지만 말입니다.(웃음)
감독님은 자신의 선수 시절기량을 스스로 깎아 내린다고 들었어요.
'선수'아르센벵거는 어떤 스타일의 선수였나요?
프랑스 국가대표팀에 뽑힌적은 없지만, 그래도 프랑스리그
최상위레벨에서 선수 생활을 했습니다.
(웽거 감독은 1979년 스트라스부르가 리그1
에서 우승할 당시 맴버였다.)
가끔씩 저는 스스로에게 '만일 내가 지금같은 환경에서 뛰었다면
어떤 선수가 되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하지만 답은 몰라요. 가장 많은 가르침을 주신 막스힐트 감독님
(AS무지그 소속당시)은 제가 그럭저럭 괜찮은선수 였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처음에는공격수로 시작했는데
언젠가부터 미드필더로 뛰었고 선수생활의 마지막은
중앙수비수로 마쳤습니다.
최근에 힐트감독이 당신의 선수시절을 레이팔러와
로이킨에 빗대어서 말한 적이 있죠. 적당한 비교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두선수와 비교된다니 행복한 애기네요!
선수시절부터 나중에 감독이 되겠다는 목표의식을 갖고
있었나요? 팀미팅때 따로 메모를 하곤했나요?
선수시절에는 감독직에 대한 계획이 딱히 서있지 않았습니다.
제가 감독이 될만한 사람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거든요.
저는 괜찮은 선수를 보기 위해서라면 1000킬로미터 떨어진곳이라도
차를 몰고 가는 사람입니다.
언젠가 점찍어둔 선수를 관찰하려고 경기시작
두시간전에 경기에 도착해서는 경기가 끝날때까지 비를 맞으며
골대 뒤에서있던 적이 있어요. 그러곤 다시 운전대를 잡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이건 사람들이 별로 알지 못하는 애긴데...
제가 스트라부르에서 서른한살의 젊은 나이로 유소년 팀 코치를 맡을때
단순히 코치 일만 한게 아니었어요. 코치, 스카우트, 물리치료사... 거의
'원맨 밴드'였죠.
하지만 덕분에 엄청나게 많은 걸 배웠으니
환상적인 경험이었지요.
에릭손 무리뉴 그리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경우를 보면
상대적으로 평범한 선수경력이 감독직을 수행하는데
어떤 어드밴티지를 주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정말 그런가요?
선수시절 자신이 좋은 경력을 쌓지 못했다는 일종의 패배감이 지도자로
성공해야겠다는 동기를 붕려해주기도 하거든요.제경우엔 선수로
성공적인 시기를 보내지 못했고 어쩌면 이대로 잊혀질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감독님은 아스날 감독으로 부임하기 전에도 어느정도 성과를 거둔 상태였죠
그런데도 당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것이 서운하진 않았나요?
'아르센이 누구라고?'라는 신문기사 제목을 봤을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일반 팬들이 잘 모른다는 사실은 이해할수 있었지만 축구 전문가들도 저를
몰랐다는 건 좀 의외였어요. 저는 모나코 감독 시절 이미 UEFA 컵위너스컵
결승전에 진출하기도 했었고(1992) 프랑스리그 챔피언에도 올랐으며(1988)
프랑스컵에서는 세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상태였거든요(1989,1990,1991)
하지만 그것 때문에 기분이 상하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결국 저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다는 애기잖아요.(웃음)
감독님이 부임하기 전까지는 아스날의 별명이 'boring boring'(지루하디 지루한)
아스날이 었던걸 알고 있었나요? 그런 전통위에 감독님만의
색깔을 입히는 일은 어려웠을 것 같은데.
물론 아스날의 그런면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원하는
스타일로의 변화를 천천히 인내심을 갖고 시도하기 시작했어요. 사실 전임감독이
물려주고 간 팀은 이미 좋은 팀이었습니다. 조심스럽게 변화를 주게 된것도 그래서
죠 내 방식을 선수들에게 납득시키려면 먼저 경기를 이겨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지요.
아스날에 부임초기에 감독님은 스리백 전술을 사용했던걸로 기억 합니다.
그때 왜 스리백을 쓰게 된 건가요? 아스날 수비가 '유명한 포백'이라는
애기를 들어본적이 없었나요?
당연히 잘 알고 있었습니다.하지만 제가 아스날 지휘봉을 잡았을때
이미 스리백이었죠. 저는 스리백을 싫어했지만, 시즌이 끝날때까지는 그 전술을
바꾸지 않았습니다.전술을 바꾸려면 선수들을 바꾸는 수 밖에 없었거든요
감독님은 아스날 선수들의 식습관을 개선한 걸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그런 감독님도 건강에 이롭지 못한 영국 음식을
즐기시는지 궁금해요.
예를 들어'피시앤칩스'(감자튀김과 생선부침)'이라던가,
요크셔 푸딩, 커스터드 곁들이 애플파이 같은 음식을
좋아하시는 지 말이에요.
'피시앤칩스'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푸딩은
정말 좋아해요!그리고 파이도 즐겨 먹죠.
체리파이나 애플파이에 아이스크림을 곁들여서 먹는 걸 좋아합니다.
건강에 썩 좋지 않은 음식들을 잘 먹는 편이에요.
그러나 선수들은 다르죠.일주일 내내 온 힘을 다 바쳐 연습하곤
킥오프 하루전에 이상한 걸 먹어서 경기를 망치는 것은 아주 멍청한 짓입니다.
처음 아스날에 왔을때 블랙번 원정경기를 치르러 가는 버스안에서 선수들이
"우린 스니커즈가 먹고 싶다네~"라며 합창을 하던 기억이 나네요.
원래 선수들은 경기 시작전에 초코바를 하나씩 먹곤 했었는데,제가 그걸
금지 시켰거든요.물론 이렇게 식습관을 개선한다고 해서 승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음식은 휘발유와 마찬가집니다. 자동차에 다른 종류의
휘발유를 넣으면 차가 제대로 나가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죠.
<출처는 포포투 2007.12월호입니다.>